1993년 8월 12일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서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금융실명제란 은행, 증권사 등에서 돈을 입금하고, 찾고, 투자를 하는 등의 금융 거래를 할 때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면서 본인 이름이 아니더라도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개인이 가진 돈을 은행에 넣어서 저축을 늘리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은행에 돈이 들어와야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하경제를 부추겼습니다. 투기에 이용되는 돈, 범죄에 이용되는 돈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주었습니다. 또한 투자하거나 예금 등을 통해서 올린 소득에 대한 세금을 매길 수 없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사회의 불안정이 커졌습니다.
게다가 금융 관련 엄청난 규모의 사기 사건이 일어나고, 부동산 투기가 늘어나면서 금융실명제의 필요성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1991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될 뻔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나중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렇지만 1993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공직자의 재산공개를 먼저 실시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남의 이름으로 예금에 넣어두었다는 의심이 시작되었고, 시민단체들은 금융실명제를 지지했습니다. 물론 금융기관과 보수 정치인, 경제단체에서는 금융실명제에 대해 반발했습니다.
정부는 1993년 6월부터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며 금융실명제를 준비했고, 8월 12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금융실명제가 시작되면서 지하 경제는 줄어들고, 재정과 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도 걷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