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기아의 미다스왕은 아주 부자 왕이었습니다. 부자여서인지 마음 씀씀이도 넉넉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병사들이 왕궁의 장미 넝쿨 아래서 자고 있던 술에 취한 노인을 끌고 왔습니다. 병사들은 노인을 혼쭐내고 싶었던 것이지요. 미다스 왕은 잠시 노인을 보고 생각에 빠졌습니다.
‘나도 비슷한 나이이군.
저 노인과 내 차이가 무엇이지?
나는 이렇게 안락한 삶을 누리는데, 저 노인은 대낮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잠이나 자는 걸까?
아! 그렇군. 돈이야. 내게는 돈이 있지만 저 노인은 돈이 없어 저런 수모를 당하는군.’
미다스 왕은 노인이 측은해졌습니다.

“여봐라. 당장 이 노인을 풀어 주거라. 그리고 이 노인을 위해 연회를 베풀어라.”
신하들과 병사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렇지만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습니다. 곧 노인을 위한 연회 자리는 마련되었습니다. 노인은 미다스 왕 옆에 앉아 마음껏 연회를 즐겼습니다. 사실 이 노인은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길러 준 양부이자 친구인 실레노스였습니다.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위해 몇날을 극진하게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실레노스는 미다스 왕에게 받은 대접을 디오니소스에게 알렸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양부를 잘 대접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미다스 왕을 찾아갔습니다.
미다스 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신이 디오니소스가 직접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지요. 미다스 왕은 머리를 조아리고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말했습니다.
“너를 벌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내 양부인 실레노스를 대접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왔다. 너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 줄 테니 말해보거라.”
“정말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실 것입니까?”
“그래. 어서 소원을 이야기해보거라.”
미다스 왕은 곰곰히 생각을 하고는 말했습니다.
“제 손이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십시오.”
“정말 그것이 네 소원이냐?
“네 그러하옵니다.”
“좋다 네 소원이 그러하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디오니소스신이시여!”
디오니소스는 금새 미다스 왕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미다스 왕은 얼떨떨했습니다. 정말 디오니소스 신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는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미다스 왕은 아까 이야기한 소원을 생각하고는 시험삼아 나뭇가지에 손을 대었습니다. 그 순간 나뭇가지는 번쩍이는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디오니소스가 미다스 왕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지요. 미다스 왕은 기쁨에 들떠 여기 저기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왕궁은 순식간에 황금 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다스 왕은 너무 기뻐 만찬을 차리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번쩍거리는 왕궁의 연회장에는 만찬이 차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먹고 마셨습니다. 그러나 왕만은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미다스 왕이 손으로 건들이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기 때문이지요. 빵을 집어들어도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황금으로 변했고, 포도주를 집어든 순간 술조차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미다스 왕은 온통 주변이 황금인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자신은 쫄쫄 굶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금으로 변할까봐 아무도 미다스 왕 근처에는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배고픔과 외로움에 지친 미다스 왕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미다스 왕에게는 오렐리아 공주가 있었습니다. 오렐리아 공주는 아버지가 슬픔에 빠지자 위로하러 왔습니다. 미다스 왕이 오렐리아 공주의 손을 잡는 순간 공주 마저도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미다스 왕의 황금을 만드는 손은 저주가 되었습니다. 미다스 왕은 굶주림과 외로움 그리고딸을 황금으로 바꿔버린 자책감에 디오니소스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에게 이 능력을 거두어 갈 수 있도록 간절하게 간청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한탄을 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신은 미다스 왕에게
“파크톨로스 강에서 몸을 씻어 너의 탐욕을 씻어버려라.”
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미다스 왕은 기뻐하며 파크톨로스 강에 몸을 씻었습니다. 자신의 욕심도 함께 씻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을 떠다가 오렐리아 공주에게 뿌렸습니다. 공주는 다시 사람으로 살아났습니다.

미다스 왕이 몸을 씻은 파크톨로스 강에는 그 이후 사금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